리스크관리&금융제도

BIS 규제의 역사 (2) 바젤Ⅱ

seungbeomdo 2025. 1. 19. 18:59

 

이 시리즈에서는 은행 및 금융기관들이 준수하는 핵심 규제인 BIS 자기자본규제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다룬다. 실제 리스크의 측정 방법 등에 대해서는 후속 시리즈에서 다룬다.

 

1. 바젤Ⅱ의 개요

2004년 발표된 바젤Ⅱ는 신바젤이라고도 부른다. 자연히 바젤Ⅰ은 구바젤이다.

신바젤은 기존 구바젤의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고도화했을 뿐 아니라, 3가지의 Pillar로 규제 전반을 재구조화하였다.

 

자기자본비율 규제는 Pillar 1에 해당하는데, 자기자본비율 관련해서 바뀐 것은 (1) 신용리스크 측정방법이 정교화되었다는 것과 (2) 운영리스크가 위험자산에 추가되었다는 것이다.

 

Pillar 2는 감독당국의 점검, Pillar 3은 시장규율 강화이다. Pillar 2는 자기자본비율 규제와 그 외 다양한 리스크 관리 채널에 대하여 감독당국이 개입할 절차를 명시한 것이다. Pillar 3은 시장참여자들에 의한 규율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시장공시 의무 등이 추가되었다.

 

2. Pillar 1: 자기자본비율 규제

1) 신용리스크 측정법의 고도화

신바젤은 신용리스크(RWA) 측정법을 3가지로 제시하는데, 표준방법과 기본내부등급법, 고급내부등급법이다.

 

표준방법은 바젤위원회에서 제시하는 위험가중치를 적용하여 신용위험자산을 산출하는 방법이다. 구바젤에서 회사채 신용등급별 위험을 차등화하지 못했던 것을 개선하여, 기업/은행/정부의 채권 위험을 신용도별로 나누어 위험가중치를 세세하게 제시하고 있다.

 

기본내부등급법과 고급내부등급법은 모두 내부모형법으로, 은행이 자체적으로 신용위험자산을 산출하는 방법을 말한다. 신용리스크를 측정할 때 핵심이 되는 리스크 요소는 부도율(PD), 부도 시 익스포저(EAD), 부도 시 손실율(LGD)이다. 기본내부등급법은 PD만 은행이 자체 추정하고 EAD와 LGD는 바젤 기준을 따르는 것이다. 고급내부등급법은 모든 리스크 요소들을 은행이 자체 추정하는 것이다.

 

리스크 요소들을 어떻게 측정하고, 어떻게 리스크 지표(예상손실 등)로 통합되는지는 후속 시리즈에서 다루자.

2) 운영리스크 추가

운영리스크란 금융 기관 내부의 잘못된 인력과 프로세스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말한다. 은행 직원이 예금을 횡령해서 발생하는 손실(자금 유출, 벌금, 과징금, 손해배상금, 평판 하락 등)이 대표적인 운영리스크이다. 

 

신바젤에서는 운영리스크도 위험가중자산에 포함되어, BIS비율을 충족하기 위해 요구되는 자기자본의 양이 증가하였다.

 

운영리스크의 측정법도 자세한 것은 후속 시리즈에서 다룬다.

 

3. Pillar 2: 감독당국의 점검

Pillar 2는 은행의 자기자본비율과 기타 자본적정성에 대하여 감독기관이 점검 및 규율하는 절차를 제시하고 있다. 자기자본비율이라는 하나의 지표만으로 완전하게 자본적정성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각국의 경기 상황 및 개별 은행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감독기관이 리스크 상황을 파악 및 감독하는 채널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Pillar 2의 핵심적인 내용은 내부자본적정성에 대한 평가 시스템을 명문화했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 내부자본과 규제자본

우선 '내부자본'이란 금융기관들이 실제적으로 직면하는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자본을 말한다. 감독당국의 규제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규제자본'과는 다른 개념이다. 이상적으로는 그 두 가지가 일치해야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1) BIS 비율을 충족하기 위한 '규제자본'을 만족하면서 (2) 자기가 실제로 인지하는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내부자본' 관점에서도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 

 

요컨대 은행은 '규제자본'과 '내부자본'이라는 두 가지 기준을 동시에 충족하는 수준의 자본을 보유한다. 은행이 판단하는 내부자본이 규제자본에 비해 작다고 해서, 은행이 내부자본 수준의 자본만을 보유할 수는 없고 규제자본 수준까지는 더 자본을 쌓아야 한다. 반대로 은행에 요구되는 규제자본이 내부자본 수준보다 작다고 해서 은행이 자본량을 굳이 줄이지는 않을 것이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이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안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2) 내부자본적정성 평가 시스템

신바젤에서는 내부자본 관점에서도 자본적정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은행들이 내부자본적정성 평가 시스템을 운용해야 하며, 이 시스템을 만들 때의 고려사항들을 제시하고 있다. 내가 볼 때는 크게 두 가지 고려사항이 있는 것 같다.

 

(1) 포괄적인 리스크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Pillar 1에서 누락된 리스크들을 인식해야 한다. Pillar 1의 요구사항만을 충족하는 것은 규제자본이다. 따라서 내부자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Pillar 1에서 다루지 못하는 다양한 리스크들을 측정해야 한다. 

 

Pillar 1에서는 신용/시장/운영 리스크를 제시하고 있다. 이밖에 금융기관이 직면하고 있는 리스크로는 금리 리스크, 유동성 리스크, 전략 및 평판 리스크가 있다. 또한 Pillar 1에서 신용리스크를 측정할 때도 특정 기업에 편중된 신용리스크를 가지고 있다거나 하는 등 신용리스크가 완전하게 측정되지 못한 부분들이 있다. 이러한 '잔여리스크'들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측정해야 한다.

 

또한 위기상황분석을 실시해 스트레스가 가중된 상황에서도 자본적정성이 유지되는지 파악해야 한다. 다소 극단적인 거시경제적 상황에서도 자본적정성이 유지될 수 있는지 시나리오 하에서 테스트를 해보는 것이다.

 

(2) 내부자본적정성 평가가 실제 경영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선 측정된 내부자본을 실제로 보유해야 한다. 규제자본만을 충족하는 수준에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

 

또한 내부자본을 각 영업부문에 할당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하고, 이 계획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의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을 세워야 한다. 내부자본 관점에서 리스크 요소들의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경영진에 보고해야 한다.

3) 감독당국의 자본적정성 평가

내부자본적정성 평가 결과를 감독당국이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8%를 초과하는 자기자본 보유를 요구할 수도 있다(내부자본이 규제자본보다 큰 경우). 

 

4. Pillar 3: 시장규율 강화

Pillar 3에서는 시장규율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리스크관리라고 하는 것이 금융당국이 명문화된 규제안을 가지고 개별 금융기관들과 소통하는, 사무적인 과정처럼만 다루어지는 면이 있다(굳이 그런 규칙이 없다면 안 해도 되는).

 

개별 금융기관의 리스크 및 자본적정성에 관한 정보들을 시장참가자들에게 공개하면, 시장참가자들의 의사결정에 리스크 정보들이 반영될 것이다. 이러한 시장 환경 하에서 금융기관들은 리스크관리를 단지 감독규칙을 만족하기 위한 '귀찮은' 업무가 아니고,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자발적이고 다면적인 과정으로 인식하기를 유도하고 있다.

 

 

참고자료

김재인(2017), 금융리스크관리 이론과 실무(5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