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관리&금융제도

신용리스크 측정 방법론 (1) 신용리스크와 RWA의 개념

seungbeomdo 2025. 2. 23. 16:46

 

이 시리즈는 바젤 협약에 따라 신용리스크를 측정하는 일반적인 프로세스에 대해 알아본다. 내부등급법의 체계가 처음 만들어진 바젤2를 중점으로 하여 신용리스크 측정 프로세스의 개념적, 개괄적 측면에 맞춰 서술한다. 규정 재개정에 따라 업데이트가 이루어지고 있는 구체적인 측정치나 모델에 대한 언급은 최대한 피한다.

 

References 

금융감독원, 바젤2 하의 통합리스크관리 모범규준 제1권 신용리스크

금융감독원, 알기 쉬운 신BIS 제1편 신용리스크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


1. 신용리스크의 정의와 특징

신용리스크란 채무자의 부도, 거래 상대방의 계약불이행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경제적 손실 위험을 말한다. 계약불이행에 따른 손실뿐 아니라, 채무자의 신용도가 하락하여 자산 가치가 하락하는 위험까지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도 쓰인다.

 

신용리스크는 금융업에서 다루는 리스크 중에서는 가장 역사가 길다. 금융의 역사는 대부업에서 시작되었고, 그 시점부터 채권자는 채무자가 돈을 제때 상환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서 가장 염려했을 것이다. 자산시장 제도가 충분히 발전한 후에 등장한 시장리스크나, 최근 들어 중요성이 드러난 운영리스크에 비해서는 훨씬 역사가 길다.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신용리스크는 시장리스크에 비해 계량화가 더 어렵다.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시장리스크는 시장 요인에 의해 자산가치가 변동할 가능성이다. 이러한 변동 사건은 매일 수억번이 넘게 관측된다. 주가는 1초에도 수십번씩 변동하며 그 기록들이 모두 시장리스크의 관측값이다. 따라서 시장리스크의 통계적 특성들을 추정하기 위한 기초자료들이 훨씬 많고, 추정의 신뢰성이 높다.

 

반면 신용리스크는 기초 데이터들이 잘 관측되지 않는다. 일단 부도라고 하는 것은 그렇게 자주 발생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한 회사의 부도란 여러번 발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부도가 한 번 발생하면 그 기업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특정 기업의 부도가능성을 그 기업의 과거 부도 발생 수를 바탕으로 추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실무적으로, 기업의 부도 확률이란 과거에 그 기업과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다른 기업들의 부도 발생 비율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유사한 재무적/산업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부도확률이 유사할까? 경영진의 성향이라든가 법적/정치적 개입의 유무라든가 다양한 비정형적인 요소들이 개입한다. 개인의 부도가능성을 추정할 때는 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2. 자기자본비율과 위험가중자산

바젤 협약에서 신용리스크를 측정하는 것은 실무적으로 말하면 자기자본비율을 산출하기 위해서이다. 이전 자기자본규제 시리즈에서도 다루었듯이, BIS 자기자본비율은 은행이 직면한 3가지 리스크(신용, 시장, 운영) 대비 자기자본의 보유 비율을 의미한다.

 

$$BIS 자기자본비율 = \frac{자기자본}{신용리스크+시장리스크+운영리스크}$$

 

자기자본비율을 산출하기 위해서는 분자에 들어갈 자기자본뿐 아니라, 분모에 들어갈 리스크를 제대로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리스크라는 것은 어떻게 측정할까. 사실 '리스크'라는 것은 개념적으로 포착된 것이기 때문에 요녀석을 어떻게 측정할까 하는 것이 정의 그 자체로부터 직접적으로 도출되지는 않으며, 측정 목적이나 맥락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하여튼 본 시리즈에서의 초점은 바젤 협약이므로, 바젤 협약 하에서 리스크는 아래와 같이 측정한다.

 

리스크는 기본적으로 자산을 보유하는 데서 온다. 자산을 보유하기 때문에 뭔가를 얻거나 잃거나 하는 일이 생긴다. 따라서 리스크를 측정하는 것은 보유한 자산들의 잠재적 가치변동분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이 끄집어낸 값을 구체적으로 정의하여, 위험가중자산(Risk-Weighted-Asset; RWA)이라는 것으로 측정한다. 위험가중자산은 자산의 가치를 그 자체로 측정한 값이 아니라, 그 자산 보유로부터 발생하는 위험만을 끄집어내어 측정한 값을 말한다.

 

예를 들어 내가 가지고 있는 자산이 1000만원인데 300만원은 시중은행 예금에 넣어두었고, 700만원은 친구에게 빌려주었다고 하자. 이때 시중은행은 내 돈을 떼먹을 일이 거의 없고, 만약 은행이 파산하더라도 예금보험공사에서 5천만원 이하까지는 보장해준다. 따라서 300만원에서 발생하는 신용리스크는 0이다. 

 

반면 친구한테 빌려준 700만원은 떼먹힐 일이 간혹 있다. 떼먹힐 확률이 대충 30%라고 치면, 여기서 발생하는 신용리스크는 210만원이다.

 

(단순히 신용리스크를 자산 * 떼먹힐 확률로 계산하지는 않지만, 여기서는 위험가중자산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조악하게 만든 예시를 들었다)

 

따라서 내가 가진 자산은 1000만원이지만, 신용위험가중자산은 210만원이다. 내가 가진 1000만원의 자산 중 900만원은 부모님한테 빌린 것(타인자본)이고, 100만원만이 차곡차곡 모은 내 돈(자기자본)이라고 하면 신용리스크에 한하여 BIS 비율은 100/210 = 47.6%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