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생존&생각 4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아무튼 인간은 사랑스러워

광활한 우주에서 보면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고 양자역학에서 보면 나도 무수히 많은 확률적 시나리오 중 하나일 뿐이다. 인공지능을 완전하게 구현하는 날이 오면 고유한 나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 주인공의 딸은 모든 도덕규칙을 잃어버리고 순수한 혼돈으로 우주를 하염없이 부유하게 된다. 사실 우리 모두가 머지 않아 겪게 될 정체성의 위기를 은유하고 있는 셈이다.과학기술은 단지 인간의 특정 기능을 복제하는 수준을 넘어서 인간 그 자체의 상위호환 버전을 만들어내고 있다. 복잡한 계산은 잘하지만 우리의 창의력은 따라하지 못할거야 라고 믿었지만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이런 안일함도 무너졌다.우리는 인간이 특별하고 고유한 존재이기를 바라는 괜한 자의식이 있기 때문에, 이런 기술 발전에 불안함..

밀양 봄

​영화는 전반적으로 불행하고 불쾌했다. 주인공은 불행한데 자꾸 불행해지기만 하고 주변에서는 오만하게 위로하는 이들뿐이라서 불쾌했다.​위로한다는 것. 어떤 위로는 나를 존중하려는 진정성이 절절하게 느껴져 울컥하게 만든다. 또 어떤 위로들은 니가 뭘 안다고? 라는 반문이 튀어나오게 만든다. ​"내가 그 인간을 용서하기도 전에, 어떻게 하나님이 먼저 그 인간을 용서할 수 있어요?"​상처는 고통스럽지만 우리는 쉽게 도움받고 싶지도 않고 누군가 나 대신 판단을 내려주길 원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존심의 문제인 것 같지만 또 자존심이 중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겪는 상처는 대개 존엄성에 관한 것들이다. 다 안다는 듯 이해하고 도와주려는 태도는 이미 존엄의 위기를 겪고 있는 사람에게 민감하게 느껴질 수..

데이터 분석으로 "진짜로" "생존"하기 #1

어찌어찌 하고 싶었던 일로 일자리는 구했다.석사 마치고 계약직을 전전하면서 내가 뭘 하고 싶은지 고민하다가웹서비스 개발 회사의 데이터 분석가로 입직을 했다. 하지만 그 다음 단계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독립이다.좋아! 경제적으로 독자적으로 생존하기 위한 데이터 분석을 해보기로 했다. 무슨무슨 직무 취업하기, 스킬업하기 이런 걸 위한 데이터 분석이 아니라 (나는 이런 걸 강의팔이용 데이터 분석이라고 부른다.   데이터 분석이란 문제를 해결하려는 구체적인 프로젝트로서 존재하는 것이다.)내 집 마련을 위한 재테크 전략부터 "data-driven"하게 유도해보기로 했다.  위 그래프는 2014년 9월부터 2024년 7월까지 대략 10년 간의 자산 가격 시계열을 월간으로 찍은 것이다. 파란색은 서울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