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생존&생각

밀양 봄

seungbeomdo 2024. 11. 23. 13:49

영화는 전반적으로 불행하고 불쾌했다. 주인공은 불행한데 자꾸 불행해지기만 하고 주변에서는 오만하게 위로하는 이들뿐이라서 불쾌했다.

위로한다는 것. 어떤 위로는 나를 존중하려는 진정성이 절절하게 느껴져 울컥하게 만든다. 또 어떤 위로들은 니가 뭘 안다고? 반문이 튀어나오게 만든다.

"내가 그 인간을 용서하기도 전에, 어떻게 하나님이 먼저 그 인간을 용서할 수 있어요?"

상처는 고통스럽지만 우리는 쉽게 도움받고 싶지도 않고 누군가 나 대신 판단을 내려주길 원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존심의 문제인 것 같지만 또 자존심이 중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겪는 상처는 대개 존엄성에 관한 것들이다. 다 안다는 듯 이해하고 도와주려는 태도는 이미 존엄의 위기를 겪고 있는 사람에게 민감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 앞에서는 하나님도 입조심해야만 한다.

나도 그런 말을 많이 하고 살았는데.. 쩝. 난 평소에는 다른 사람 감정에 신경을 안 쓰고 사는 것 같은데 결정적인 순간엔 정확히 내 반대 성향의 잘못을 저지른다. 함부로 남의 감정을 분석하려 하고, 앞서나가서 방향을 제시해버리는, 진짜 존나게 주워담고 싶은, 내 입에서 나온 오만한 말들...

닥쳐야 할 때 닥치고 말해야 할 때 말해야 하는데 정반대로 산 기억들이 좀 많다. 그 두 가지를 구분 못하는 멍청한 머리를 가졌으니 그냥 항상 닥쳐야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