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생존&생각

데이터 분석으로 "진짜로" "생존"하기 #1

seungbeomdo 2024. 8. 18. 17:21

 

어찌어찌 하고 싶었던 일로 일자리는 구했다.

석사 마치고 계약직을 전전하면서 내가 뭘 하고 싶은지 고민하다가

웹서비스 개발 회사의 데이터 분석가로 입직을 했다.

 

하지만 그 다음 단계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독립이다.

좋아! 경제적으로 독자적으로 생존하기 위한 데이터 분석을 해보기로 했다.

 

무슨무슨 직무 취업하기, 스킬업하기 이런 걸 위한 데이터 분석이 아니라

 (나는 이런 걸 강의팔이용 데이터 분석이라고 부른다.

  데이터 분석이란 문제를 해결하려는 구체적인 프로젝트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내 집 마련을 위한 재테크 전략부터 "data-driven"하게 유도해보기로 했다. 

 

위 그래프는 2014년 9월부터 2024년 7월까지 대략 10년 간의 자산 가격 시계열을 월간으로 찍은 것이다. 

파란색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초록색은 경기도 아파트 중위가격

노란 점선은 매달 200만원씩 SNP500 지수 ETF에 투자했을 때의 저축규모

빨간 점선은 매달 200만원씩 연 4% 적금에 투자했을 때의 저축규모이다.

 

기술

(1) SNP500는 적금보다 수익률이 높으며, 장기적으로 보면 안정성 면에서도 차이가 없다. 물론 4%라는 금리는 가정이기는 하지만, 시중은행에서 이만한 금리는 별로 없으니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SNP500이 훨씬 수익률이 높다는 뜻이다.

(2) 장기-평균적으로는 주식 수익률이 부동산 가격 상승률보다 높지만 정부 정책 및 경기 변동에 따른 단기적 상승률은 부동산이 더 높다.

(3) 반대로 부동산 가격은 경기에 따른 하락 기간도 더 길다. SNP500는 조정 국면이 그리 길지 않다.

(4) 부동산 가격의 상승률은 서울 지역과 경기 지역 간의 차이가 존재하며, 두 지역 간 가격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인사이트

(1) 적금을 드는 사람은 바보다. 종목 투자를 한다면서 적금을 무시하는 사람도 바보지만, 여전히 적금만 고집하는 것은 바보다. 간단한 미국 시장 지수 패시브 투자만으로도 수익률이 적금을 크게 상회하며, 전혀 위험하지도 않다. 

(2) 부동산 가격 상승을 근로소득으로 평생 못 따라간다는 것은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SNP500에만 꾸준히 적립식 투자를 하더라도 부동산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3) (2)번은 시드머니가 있는 사람에 한해서만 사실이다. 무일푼으로 시작해서 서울 중위 수준 아파트를 살려면 SNP500만 투자해도 20년 이상 걸린다(경기도는 10년). 20대 후반에 취업하면 50살쯤에야 괜찮은 내 집 마련에 성공한다.

(4) (3)번은 충분한 액수의 저축을 오랜 기간 꾸준히 할 수 있는 사람에 한해서만 사실이다. 여기서는 직장 근처에 본가가 있어서 자취하지 않고 부모님 집에 얹혀살며 열심히 돈만 모으는 케이스를 상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생애주기는 다양한 굴곡을 겪는다. 못해도 삼십대 초반에는 자취를 해야 해서 이때부터 주거비가 나가기 시작하고, 결혼하고 애까지 낳으면... 음... 신한은행 조사에 따르면 2023년 20~64세 경활인구의 가구 월 평균 저축액은 105만원으로, 내 시뮬레이션 가정의 절반 수준이다. 이걸 감안하면 30년은 더 걸릴 듯.. 그럼 은퇴하겠네... 그러네

 

액션

일단 독립이 목적인 내 입장에서는 독립 후 주거비를 제외하고도 저축 여력을 충분히 남기는 선택을 해야 한다. 그래야 현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자산을 키워나갈 수 있다. 세 가지 길이 있다. 

(1) 월세: 매달 나가는 현금흐름이 크다. 고시원 살 거 아니면 저축 여력을 충분히 남기기에 어려워서 아웃

(2) (반)전세: 청년 대상으로 하는 우대 금리 상품들이 많이 있다. 저축 여력을 남기기에 좋다. 

(3) 매매: LTV를 많이 빼주는 정부 상품들이 있다(생애 첫 주택은 80%까지). 원금이 커서 이자가 많이 나가니 저축 여력이 크게 줄어들지만,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높아진다면 원리금이 지출이 아니라 투자 성격을 가지게 된다. 

 

부동산 가격이 높아지기만 한다면 매매를 들어가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이 점이 전세에 비교되는 매력이다. 그런데 내가 고를 아파트가 가격이 높아질 수 있을까?가 어렵다. 상승이 확실시되는 좋은 입지에 들어가는 것은 당장 불가능하고, 겸손한 지역에 들어가게 될텐데, 그런 지역에서는 모든 아파트가 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전세를 들어가면 자산 가격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매매 대비 남는 원리금 여력으로 꾸준히 저축/투자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빠르게 내 집을 가져봐야 그 다음 스텝으로 금새 치고 나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어떤 도전적인... 마음이 든다. 그리고 매매로 들어갈 수 있었던 아파트가 가격이 오른다면 배가 아프다. 전세사기의 위험도 있다. 

 

다음 글에서는 선택지별로 drill-down해서 옵션을 좁혀 나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