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꼭 순수함에 집착한다. 도덕심이나 동정심, 관습성, 경제적 합리성 등등 여타의 사랑 외의 것은 일절 개입되지 않는 순수한 사랑. 그런데 다른 관계에 대해서는 순수하지 않을 수 있음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 예를 들어, 만날 때마다 나한테 술을 사주는 친구가 있다고 하자. 그러다 그 친구가 왜 맨날 얻어먹냐, 너도 좀 사라, 한다고 해서 "지금까지 나한테 순수한 우정으로 술을 사주는 게 아니었어? 주고받는 걸 계산하고 있던 거야?"라고 말하지 않는다. 적당히 주고받는 게 있는 것이 순수하지는 않을 수 있어도 건강한 관계다. 그런데 우리는 꼭 사랑에 대해서는 순수함에 집착한다.
사랑이라는 것도 현실의 인간관계 중 하나일 뿐이다. 현실의 관계에서는 사랑에도 이런저런 불순물들이 포함된다.
(도덕심) 다른 이성에게 설렘을 느낄 수도 있지만, 더 나아가지 않고 마음을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관습성) 자기 전에 여자친구한테 사랑한다고 말할 때, 늘 생생한 감정으로 사랑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동정심) 때로는 내가 아니면 누가 얘를 챙겨주나, 하는 연민이 관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기분 나빠도, 이런 거 다~~ 사랑이다. 근데 그럴 때마다 이건 이래서 사랑이 아니고, 저건 저래서 사랑이 아니고, 해버리면 살면서 사랑을 경험할 수가 없다. 불순물이 잔뜩 낀 그 자체로만 현실에 존재하는 것이 사랑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집착하는 그 사랑이라는 놈은 개념의 세계에 있는 놈이기 때문이다.
이 개념이 만들어질 때를 생각해보자. 그건 하늘에서 순수한 결정체로 인간들에게 내려온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현실 인간들이 '사랑할 때' 느끼는 어떤 감정 뭉치, 감정 다발이 있었는데, 인간들이 모여서 이 뭉치다발에 대해 이야기하며 공통적인 특성을 추출해 개념을 만든 것이다. 그렇게 추출된 개념에는 개별 인간들이 그 감정을 느낄 때의 다양한 맥락들은 제거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제와서는 거꾸로, 그 개념에 현실을 맞추려고 한다. 사랑은 이래야 되고 어째야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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